전복, 쌀, 아주까리, 지렁이 …. 모두 화장품 원료로 쓰이는 것들이다. 고대 여성들은 개미, 거미의 알, 심지어 백연이나 석회까지 화장품으로 사용하기도 했다. 최근 들어 피부에 필요한 물질을 생산·유도해 피부 노화를 지연시키는 화장품까지 속속 등장하고 있다. 안티에이징. 아름다움을 뛰어넘어 의료영역까지 침범(?)하고 있는 화장품의 끝없는 진화다.
중심에는 화장품의 원료인 단백질류 성장인자와 펩타이류 등 바이오 원료가 자리하고 있다. 그동안 국외 선진 글로벌 기업들의 전유물이었다. 요사이 우리나라 바이오 기업이 생산한 화장품 원료가 세계시장에서 태풍의 눈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신소재 화장품 원료 생산
화순 생물의약산업단지에 있는 바이오에프디엔씨(바이오FD&C)가 대표적이다. 천연 생물소재에서 다양한 기능성 화장품 원료를 연구·개발하는 바이오벤처기업이다. 주름개선, 미백, 황산화, 탈모·발모, 여드름, 아토피 등 각종 피부 질환에 좋은 신소재를 연구·개발하는 생명과학 기술 기업이다. 이미 빼어난 실력을 인정받고 있다.
“전 직원의 90%가 연구원입니다. 연구원의 연구 결과물이 바로 우리 회사의 생산제품입니다. 연구원이 생산 업무를 동시에 처리하고 있는 셈이죠.”
안내에 나선 정대현 대표의 설명이다. 바이오 활성 소재분야에서 최고 수준의 연구기술력을 보유한 이유이기도 하다. 특허만 43건에 달하고, 일본·미국·유럽 등 해외 특허도 6건에 이른다. 국내·외 저명 저널에 발표한 학술논문도 수십 건에 이를 정도다. 2008년에는 아토피 피부염 관련 항균성 신규 유전자를 발견, 세계유전자은행에 등재하기도 했다.
국책 연구 과제는 물론 국외 유수의 기업과 공동 연구 과제를 수행하며 국제적인 명성도 쌓아가고 있다.
펩타이드
기술혁신형 바이오 전문기업
바이오에프디엔씨에서 개발·생산하는 주요 소재는 화장품에 기능성을 배가시킨 고부가가치 원료이다. 생산제품으론 단백질류 성장인자(EGF외 50여종)와 펩타이드(phyto-NEP외 50여종), 식물 줄기세포 추출물과 생약추출물 등 200여 가지다. 화장품에 쓰이는 거의 모든 원료를 생산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모두 국제화장품원료협회(PCPC)에 등재된 제품이다. 바이오디엔씨만의 경쟁력이자 강점이다.
“피부의 노화를 막기 위해서는 단백질 성장인자 등이 필요한데 나이가 들거나 열악한 환경으로 인해 몸이 이 성장인자를 만들지 못하게 됩니다. 체외에서 만들어 화장품으로 발라 해결하는 것이죠. 당뇨 환자에게 인슐린을 주사하는 방법과 같은 이치입니다.”
정 대표의 설명이다. 주력 제품은 단백질 제품으로 널리 쓰이고 있는 EGF다. FGF, IGF도 대표한다. 이들 물질은 피부세포의 성장과 증식을 촉진시켜 주름개선, 미백에 탁월한 효과를 발휘한다. 항염 작용이 뛰어난 펩타이드도 빼놓을 수 없다. 화장품의 ‘코스메틱’과 약품의 ‘마파슈티컬’의 결합체인 ‘코스메슈티컬’ 분야에서 각광받고 있는 차세대 원료들이다. 화장품과 의약품의 융·복합 시대가 오고 있는 셈이다.
“EGF는 순도에 따라 의약품으로도 사용되기도 합니다. 순도 92~94%는 화장품 원료로, 98~99%는 의약품으로 사용이 가능합니다. 실제 국내 유명 제약사가 EGF의 순도를 높여 의약품으로 사용하고도 있죠.”
계속되는 정 대표의 설명이다. 이들 제품은 아모레퍼시픽, LG생활건강, 서울화장품 등 국내 유수의 화장품 회사 70여 곳이 사용하고 있다. 미국, 일본, 인도, 유럽 등의 글로벌 화장품 제조사에도 수출하고 있다.
식물줄기세포 연구 집중
바이오에프디엔씨가 열정을 기울이고 있는 것은 식물줄기세포 분야. 유전자를 대장균에 배양하는 것이 아니라 식물에 배양·정제하는 생산 플랫폼 개발에 힘을 쏟고 있다. 대장균 추출 방식에서 발생할 수 있는 염증성 물질과 독소 등을 원천적으로 차단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글로벌 화장품 제조사들이 식물줄기세포추출물이 들어간 제품을 앞다퉈 출시하고 있는 것도 자극이 됐다. 성과는 서서히 나타나고 있다. 올 초 3년간의 연구 끝에 쌀과 감자에서 EGF를 추출·생산하는 데 성공했다.
축적된 기술력을 바탕으로 완제품까지 생산한다는 비전도 세웠다. 이를 위해 지난 4월 전남도와 화순군과 공동투자 협약을 체결하고 화순생물의약산업단지에 기능성 화장품과 의약제품의 원료인 베타클루칸, 성장인자, 펩타이드류 제조공장을 설립기로 했다. 준비는 순조로워 올가을 착공할 예정이다.
“우선 원료 생산 능력을 지금의 3배로 늘릴 계획입니다. 이를 기반으로 반제품을 만든 다음 5년 후엔 완제품도 생산할 계획입니다.” 젊은 과학도이자 경영인 정대현 대표가 말하는 바이오에프디엔씨의 미래다.
화순이 아니었다면… 정대현 대표이사 “연구원 채용이 힘이 듭니다. 우수한 인력은 졸업과 동시에 전남을 떠나버리기 때문입니다. 수도권으로 1차 취업을 나갔다가 고향으로 돌아오는 이들을 만나는 때면 횡재한 기분입니다. 연구소가 완공되는 내년부터 연구원을 4~5명씩 꾸준히 충원할 예정입니다. 생물학과 화학을 전공한 이들의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